옥수수밭의 소녀들  /김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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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밭의 이름은 지겨움

한낮이면 화약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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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다에 가본 적 없지만

우리 섬은 초록파도가 빼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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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기를 업고 다닌다

아기를 업고 놀다 자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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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에 한번은 숨어야 하는 때가 있는데

그때 아기가 자면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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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안 자면 입을 막아야 한다

우리 손은 작아서 위험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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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중에도 숨어야 하는 사람이 있다

그중엔 배가 큰 여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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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여자가 아기를 낳고

태반을 들고 여길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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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며칠 동안 고양이들을 쫓아냈다

우리 중에도 여기서 태어난 아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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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오늘 일도 알록달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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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몸만 어른인 남자가 수음하는 걸 봤다

우리를 보고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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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들의 소리가 커질 때

여기서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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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도 심심하지 않을 거야

가벼운 신발을 신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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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계간 《창작과비평》(2023,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