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례네 - 김용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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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쥑여, 쥑여, 쥑이라구!"

쌀례네는 덩치가 큰 노름꾼 남편의 허리춤을 붙들고 흔들어대며, 입에 거품을 물고 악다구니를 한다. 남편은 어이없다는 듯이 뒷걸음질을 치며, 마누라의 손목을 비틀어 토방에서 마당으로 끌어내린다. 그녀는 빗물이 흥건한 마당으로 고꾸라진다. 남편이 비녀가 빠져 흐트러진 마누라의 머리채를 거머쥐고 눈을 부라리며 닦달을 한다.

"그래, 그놈의 어디가 그리 좋디, 엉?"

빗속에서 실랑이를 하다가 마포 적삼의 매듭단추가 풀려 젖가슴이 드러난다. 치마마저 궁둥이로 흘러내려 반라가 된 그녀는 머리채를 잡힌 채로.

"오냐, 한 달간 밥을 해 줬더니 금이빨도 해 주고 부로찌도 주드라. 네놈의 노름빚 갚느라 이빨이 썩어 몇 년을 고생할 때 눈하나 깜짝 해 봤냐, 이새꺄?"

해마다 읍에서 마을로 돌아다니며 이빨치료를 야매로 해주는 남자가 한 달간 쌀례네 집에서 하숙을 했다. 그런데 밤마다 노름을 하러 다녔던 남편이 사랑방에서 무슨 소리를 들었던 모양이었다.

쌀례네는 남편의 가슴께나 차는 작달막한 키로 두 손을 휘둘러 얼굴을 할퀸다.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아파서 비명을 지른다.

단발머리의 두 딸과 어린 아들이 마당 가운데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부들부들 떨며 서럽게 운다.

아침밥상을 치우다 말고 이웃집의 아낙네 서넛이 무슨 일인가하고 몰려든다.

우는 아이들을 챙기며 여럿이서 머리채를 쥔 남편의 손을 뜯어 말리자 그녀는 '철퍼덕' 마당에 주저앉아 하소연을 한다.

"워매워매, 나 죽겄네, 저 염병헐 놈이 금니쟁이 허고 내가 붙어 먹었다고 밤새 잠도 못 자게 개지랄을 허더니..., 아이고 어여 쥑여라, 쥑여, 쥑여어......!"

'우르릉, 우르릉 쾅'

천둥소리가 실성한 듯 몸부림치는 쌀례네의 울음소리를 집어 삼킨다.

토방 아래 벌건 낙숫물에서는 둥그런 물거품들이 연신 둥둥 떴다가 터지며 떠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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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풀꽃 한 송이

개인시집 (누군가 강을 건너고 있다) 중에서

출처 : 수지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