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면 될 줄 알았습니다.

이른 아침 조조할인에 맞춘 애어른처럼

낮달이 걸려있는 하늘 시간에

옆자리 훌쩍임 들릴 슬픈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는 그저 그런 영화였어요

이어졌다 끊어졌다 하는 그 옛날의 삼류영화처럼..

그냥 슬퍼지려 보았습니다.

그리하면 될 줄 알았습니다.

방안의 불을 끄고 달빛의 실루엣과

술잔을 나누었지요

슬픈 음악 들으면서요

그러면 괜스레 눈물 나고 애잔할 것 같아서..

슬픈 노래는 내 노래인 것처럼

마치 내가 일 것 같은 착각으로

그냥 외로워지려 그랬습니다.

그리하면 될 줄 알았습니다.

하얗게 밤 새운 뜬 눈을 달래어 가며

슬픈 소설책을 읽었네요

그러고는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그렇게라도 하면..

당신에게 애면글면하는 비련의 주인공 되면..

혹시 꿈에라도 당신이 나타날까 봐

그냥 그리워서 그랬습니다.

그리하면 될 줄 알았습니다.

당신이라는 그리움의 앙금 씻어낼 줄..

못내의 서러움과 외로움이란 거 씻어낼 줄..

그러나 슬프게도

이 모든 것이 어리석은 내 자학이었습니다.

신호등에 걸려 꼼 작을 못하듯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내 동동걸음인 것을..

내내의 당신으로 인한 내 자화상이며

그리하면 될 줄 아는 스스로의 내 자학이었습니다.